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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성적처리 시기가 되면 여러 학생들에게 비슷한 이메일을 받는다. 성적이 본인의 성에 차지 않아 아쉬워하는 학생들이다. 채점 기준이 너무 높다, 왜 부분 점수가 없냐, 심지어는 정말 이 수업을 좋아했는데 이런 성적을 받아서 슬프다 등등.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속내는 모두 비슷하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상세히 직접 답장을 쓰곤 한다. 그런데 쓰다보니 핵심 골자는 늘 비슷하여 이참에 여기에 정리해두려 한다. 앞으로도 반드시 있을, 비슷하게 서운한 학생들을 위해.


광수씨, (여기서 광수는 가상의 이름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 아쉬운 마음이 크겠네요. 부분 점수가 없다는 것을 이야기 했는데요. 부분점수가 없는것은 아니고 부분 점수를 명확히 줄 만한 것은 이미 세부 부분 문항으로 다 쪼개놓은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를 내다 보면 어느 수준에서는 명확한 기준을 세우기가 어렵고 더 쪼갤 수가 없는 경우가 생깁니다. 가령 변수 하나 정도 잘못 쓴 사람은 “거의 맞다”고 보고 점수를 준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제 두 개를 잘못 쓴사람이 섭섭하겠지요. 해당 문제 같은 경우는, 뻔한 (기출에도 있는) 문제라서 엄밀하게 해답 작성하는 것을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러한 전통적인 시험에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규정을 만들기는 참 어렵습니다. 이건 지필고사의 한계라고 봐요. 출제자인 제 한계일수도 있고. 실수 하나로 점수가 날아가는것. 저도 초/중/고/대/대학원시절 광수씨 같은 억울함이 종종 있었고요. 제 선생님들도 분명히 그랬을것이라 봅니다. 그래서 최소한 숙제에서는 학생들이 그런일이 없도록 자동채점기를 실시간으로 돌려주고, 수업중에 다양한 활동을 통해 능력을 평가받을수 있는 통로를 열어 놓은 것입니다. 이번 학기에도 그래서 전보다 활동의 비중을 더 늘였고, 앞으로는 더 늘이려고 합니다. 그러면 좀 억울한 사람이 앞으로는 줄겠지요?

열심히 공부했는데 학점/점수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중요한 것은 학점이 아니라 본인이 정말 열심히 공부했고, 많은 것을 배웠냐 입니다. 만약 공부한 만큼 학점을 받지 못했다면, 그것은 평가를 제대로 못한 교수의 책임이고요. 이미 실력을 갖춘 본인은 성적 게시 전/후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습니다. 당장 제대로 받지 못한 보상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요. 그 보상은 향후 인생에서 다른 형태로 반드시 돌아올테니 걱정말길 바랍니다.

아마 저는 나중에 광수씨의 학점이 어땠고, 시험점수가 어땠는지는 기억못할겁니다. 하지만, 그 이름을 들었을 때 항상 수업시간에 집중잘하고 여러 질문에 대답을 잘했던 모습은 기억이 날겁니다. 저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럴지도요. 제가 항상 수업시간에 이름을 물어보는 이유입니다.

덕분에 한학기 동안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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