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두 네트워킹 할 수 있어
본 글은 ICSE 2024 학회에서 열린 멘토링 워크샵(SMew)의 한 순서와 이를 참고하여 프로그래밍 시스텐 연구실에서 진행한 발표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학회와 네트워킹
학술대회(학회)란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전문 지식을 나누고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중요한 학술 교류의 장이다. 특히 전산학 분야에서는 학회가 논문 발표의 주요 무대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학회에 참석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 연구 발표 듣기
-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 즐기기
- 교류하기 (네트워킹)
이 중 앞의 두 가지는 학회에 가지 않아도 할 수 있다. 발표 영상은 온라인으로 볼 수 있고, 논문은 언제든 읽을 수 있다. 맛있는 음식과 멋진 풍경은 혼자 여행을 가도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연구자들과의 네트워킹은 학회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네트워킹 없는 학회는 앙꼬 없는 찐빵이자, 아티팩트 없는 논문과 같다.
네트워킹의 중요성
네트워킹은 단순히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물론, 같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몰입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건 큰 즐거움이다. 하지만 연구자에게 네트워킹은 새로운 연구 기회를 여는 중요한 활동이다. 혼자서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외부로부터 공급되는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는 연구에 숨통을 틔워준다. 우리 연구실 블로그의 다른 글에서도 이렇게 말한다.
“우연히 지나가던 귀인이 툭 던진 한마디에 큰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일도 잦고, 궁리의 꼬리가 끝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생각치도 못한 과거의 인연에서 빛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또한, 타 대학 방문이나 취업의 기회 역시 네트워킹을 통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화 중 서로의 필요가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일부는 전략적으로 관심 있는 기관의 연구자를 찾아다니기도 한다.
네트워킹이 어려운 이유
하지만 네트워킹은 쉽지 않다. 특히 영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문화권의 학생은 더 큰 어려움을 느낀다.
가장 큰 장벽은 언어다. 영어로 논문 작성과 발표는 훌륭하게 해도 일상의 대화는 어렵다. 당장 발표 후에 질문을 받는 것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문화적 장벽도 있다. 겸손과 겸양은 우리 문화의 미덕이지만, 네트워킹에 있어서는 오히려 단점이 될 수 있다. “나는 별것 아닌데, 굳이 나와 대화할 이유가 있을까?”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 “네트워킹은 알아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오해까지 더해지면 “왜 나만 못하지?”라는 자괴감에 빠지기 쉽다.
네트워킹 실전 팁
흔히들 생각하는 것과 달리 네트워킹은 기술의 영역이다. 좋은 글을 쓰고 훌륭한 발표를 하려면 훈련이 필요한 것처럼, 네트워킹도 연습을 통해 능숙해질 수 있다. 따라서 원활한 네트워킹에 대한 실전적인 팁을 소개한다.
1. 자기소개
당신이 어느 한 분야의 대가라면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이 알아서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 학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대가 교수과 그를 둘러싼 추종자들이다. 하지만 우리는 대가가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대화의 기회는 매우 적고 짧다. 기껏해야 30초에서 1분 사이에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방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따라서 잘 짜여진 1분짜리 자기소개는 네트워킹의 필수 준비물이다. 학회에 참석하기 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내 소개는 이렇다:
안녕? 나는 카이스트의 김태은이야. 나는 정적 분석과 퍼징을 활용해서 오류를 찾는 연구를 하고 있어. 보다 구체적으로는, 프로그램 상의 의심되는 지점이 있는 경우, 정적 분석을 통해 얻어낸 정보를 퍼징도구에게 제공해서 보다 집중적으로 의심 지점을 검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어.
이렇게 한두 문장으로 간결한 소개를 하고 상대방의 반응을 살핀다. 보통은 “오, 흥미롭네. 정확히 어떤 정보를 제공하는 거야?” 혹은 “어떤 언어를 대상으로 해?”와 같은 질문이 돌아온다. 그 후 자연스러운 타이밍에 상대의 연구도 물어보면 된다. 물론 상대가 나의 연구에 관심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너무 슬퍼하지 말고 그날의 점심 메뉴로 화제를 돌리자.
2. 치고 빠지기
모든 대화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네트워킹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시작과 끝이 가장 어렵다. 특히 표현이 익숙치 않다면, 자주 쓰는 표현을 그냥 외워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먼저 다가서며 건네는 인삿말은 다음과 같다.
- (식사 시간, 테이블의 빈 자리에 앉으며) Do you mind if I join the table?
- (상대의 발표를 들은 경우) I really enjoyed your talk. Do you have time for a question?
- (상대가 이전 발표 세션에서 질문을 한 경우) I really liked your question. Do you mind if I ask you a question?
- (상대가 왠지 익숙한 경우) Hi, I think we met before. Were you at [이전 학회 이름]?
위의 표현은 모두 내가 실제로 쓰는 표현이자 다른 사람들도 자주 쓰는 표현이다. 참고로 4번 같은 경우는 상대를 실제로 해당 학회에서 보지 않았어도 상관 없다. 어떻게든 대화를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어색한 침묵이 오기 전에 대화를 끝내는 것도 중요하다. 다음은 자연스럽게 대화를 마무리하는 표현이다.
- (다과가 있는 쉬는 시간인 경우) I think I will get some more coffee. (그 외 아무 간식)
- (발표 세션 중) Oh, the talk I was interested in is about to begin.
- (대화가 자연스럽게 끝난 경우) It was nice talking to you.
1번의 경우 간식, 음료, 식사가 제공되는 상황에는 항상 유효하다. 참고로 상대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으니 괜히 계속 기다리거나 따라가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럴 때는 나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대화 상대를 찾아 떠나면 된다.
3. 자잘한 팁
- 유인하기: 최대한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싶으면 혼자 다녀라. 같은 연구실 사람 등 한국인과 함께 다니면 어쩔 수 없이 한국어로 대화하게 되고, 다른 연구자가 먼저 말을 걸기 어렵다.
- 찾아 다니기: 발표를 재미있게 들어서 얘기해보고 싶은 사람은 발표가 끝난 후에 찾아가자. 다만 다른 인종의 외모는 구분이 어렵기 때문에 특징을 메모해두면 찾기 편하다. 예를 들어 “키가 크고 주황색 스웨터를 입은 금발 남자”.
- 눈인사 하기: 한번 얘기한 사람은 마주칠때마다 눈인사라도 하자. 이렇게 하면 상대방도 나를 기억할 확률이 높아진다.
맺으며
네트워킹은 어렵지만, 연습을 통해 능숙해질 수 있다. 문화나 성격으로 인해 어려움을 느낀다면 실전 팁을 참고하여 연습해보자.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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