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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나요?”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자리에서 아이스브레이킹 질문으로 종종 듣는 질문이다. 이 질문을 받으면 나는 항상 비슷하게 대답하곤 했다.

“석사 과정 동안 진행한 연구가 너무 재밌었고, 연구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돌이켜보면 그다지 포부 있는 대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로 석사 과정 동안 연구를 하는 것이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문제를 정의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그 방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이론을 정의하는 과정이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이 대답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았다. 왜 연구가 재미있었는지, 왜 하필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였는지, 그리고 나는 어쩌다가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는지까지는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내가 왜 박사 과정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조금 더 오래된 기억부터 되돌아보기로 했다.

내가 처음부터 “연구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게임을 좋아했던 나는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계정 해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었다. 내가 사용하던 계정이 다른 사람에 의해 로그인된다거나, 주변에서 계정이 해킹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막연하게 보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중학교 3학년 때, 정보보호영재교육원이라는 정보보호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운 좋게도 그 프로그램에서 2년 동안 교육을 받을 수 있었고, 보안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더 깊이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린 시절의 꿈을 가지고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했다. 대학에서는 운영체제, 네트워크, 데이터베이스 등 정말 다양한 분야를 접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재미있었던 분야가 프로그래밍 언어였다. 처음에는 이름만 보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만드는 분야인가?” 라고 생각했었지만, 프로그램의 동작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분야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내 마음 속에는 아주 작은 보안에 대한 관심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것이 대학원이었다. 대학원에 진학하고 6개월 남짓 연구 주제 결정을 위해 이리저리 고민하던 나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프로그램 개발 과정에서 안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질문이 내가 테스트 케이스 합성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왜 박사 과정을 하고 있나요?”

예전에는 이렇게 대답했다.

“석사 과정 동안 진행한 연구가 너무 재밌었고, 연구를 뒷받침하는 이론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지금도 이 대답은 여전히 맞다. 다만 이제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보안에 관심이 있었고, 컴퓨터공학을 공부하면서 프로그래밍 언어 분야에 관심이 생겼고, 이 관심이 합쳐진 지금의 연구 분야가 재미있다.

“안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연구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연구가 재미있어서 박사 과정을 하고 있습니다.”

어릴 때의 아주 작은 호기심, 대학에서 새롭게 발견한 흥미, 그리고 조금 더 싶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박사 과정까지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지금의 박사 과정도 그런 소소한 꿈을 따라온 과정이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나씩 꿈을 이루어가며 살아가고 싶다.